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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_한강

by 쏭구리 2024. 10. 18.

요즘 가장 핫한 작가인 한강 작가의 책을 읽어보았다. 
<채식주의자>라는 이 책은 이미 수 년 전부터 해외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어서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따로 읽어볼 마음은 갖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이번 노벨상을 계기로 읽게 되었다. 사실 노벨상보다 가장 큰 동기가 되었던 것은 마을 작은도서관이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구매를 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야 했는데 구매를 하기엔 작가나 작품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크지 않았다. 시립도서관에서는 이미 예약까지 완료 되어 한 달을 더 기다려도 읽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알 수 없었다. 마침 단지 내 작은 도서관 블로그에 한강 작가의 책이 입고되었다는 공지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다행이 책은 아직 대출되지 않았다. 단지 내 작은 도서관은 이런 점이 좋다. 인기 베스트셀러를 읽기 위해서 시립 도서관에는 한 권의 책으로 이 동네 사람들이 모두 경쟁하는데 단지 내 도서관은 책이 두 권 있기도 하고, 경쟁자가 훨씬 적어서 더 수월할게 책을 손에 넣을 수가 있다. 무라카미하루키의 신작도 그렇게 수월하게 손에 넣었었다. 

 <채식주의자>라는 책은 세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단편집 인줄 알았다. 그러나 단편이 아닌 연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각자 다른 세 사람의 관점에서 기술되어 있는데 이야기는 시간 순으로 이어져 있다. 세 사람은 모두 한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 한 사람은 돌연 채식을 선언한다. 이유는 모호하다. 그러면서 나타나는 모습은 광증으로 보여져서 첫번째 인물은 그녀를 떠난다. 그는 그동안 무난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무난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런 그의 삶의 목표에 그녀는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야기 속 화자는 그녀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어떠한 계기로 그는 그녀의 몸에 과한 호기심을 갖고, 도덕적 금기를 깨버리는 지경에 이른다. 그 결과  그는 쫓겨난다.  세 번째 화자는 채식주의자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다. 그녀는 인생의 무게들을 묵묵하게 견딘다. 내던져버리고 싶은 무게들을 붙들고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지키고 또 노력한다. 그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며 채식주의자 입장에서 빠져들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세번째 화자의 이야기를 여러 각도로 쓴 것이라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왜냐하면 첫번째와 두번째 이야기 속에서도 세번째 화자에 대한 생각들이 지속적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가 주인공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이 책은 주인공의 생각과 마음이 가장 덜 기술되어 있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세번째 화자의 생각이 마지막에 쓰여져 있는 것으로 보면 작가는 세번째 화자에게 가장 무게를 두고 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가장 마음이 가는 것은 채식주의자이다. 어떠한 이유로 채식을 할 수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을 모두 그런 그녀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 삶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그것마저 못하게 한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계속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데 그래서 그녀의 마음이 어떤 광증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 가족이라면 인정해 주지 않을까. 고기를 먹지 않는 것도, 어떤 것도 먹지 않는 것도 모두 인정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여러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쩌면 이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은 아닐까? 나무는 그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물구나무 서 있다고 보는 다른 관점처럼 채식주의자에 대한 날선 비난이 옳지는 않다는 것, 어려운 상황의 사람들을 더 어렵고 불쌍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영상에 대해서 꼭 칭찬할 만한 일을 아니라는 것, 삶의 시간이 얼마 안남은 사람의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